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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건 암세포가 아니라 절망"

글쓴이 : 양경님 날짜 : 2009-01-15 (목) 21:37 조회 : 1173
사람 죽이는 건 암세포가 아니라 절망"

암 고치는 '말기암 의사'
 
이희대 (강남 세브란스 암센터 소장)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골반으로 전이된 암(癌) 때문에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어
양쪽에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는 것 말고는
그가 암 환자라는 사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병원에서 누구보다 맑고 밝았다.

대장암 환자인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이희대(李羲大·56·외과) 소장 이야기다.
 
20여 년간 암 치료를 하던 암 전문의가
암에 걸려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골반으로 전이된 암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이희대 소장. 이 소장은“암 4기 상태로 6년 동안 일할 거 다하고 살았다”고 했다(이진한 기자)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의(名醫)인 그는

2003년 1월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벌써 6년이 지난 일이다.
 
당시 그는 대장을 절반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암은 간과 왼쪽 골반으로 번졌다.
대장암 4기(期), 즉 흔히 말하는 '말기'(末期)가 됐다.

그의 암은 집요했다.
지금까지 모두 11번 재발했다.
 
이로 인해 간과 골반 뼈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5번 받았고,
다섯 번의 고강도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3~4개월씩 계속되는 항암치료도 두 번 받았다.
그가 환자들에게 처방했던 모든 치료법을 똑같이 받은 것이다.
 
그의 교수실 한쪽 벽에 걸린 대문만한 크기의 칠판에는
그가 이제껏 받아온 치료가 순서대로 빼곡히 적혀 있다.
 
더 이상 쓸 칸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인생의 모든 고난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입니다.

언젠가는 끝이 있고 나가는 출구가 있죠.
그 고행을 이기면 예전보다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희망이 나를 이렇게 버티게 해줬지요."
그는 골반 뼈 전이 암 치료 후유증으로
다리 전체를 관장하는 대퇴신경이 마비됐다.

이 때문에 두 개의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다.
그럼에도 이제껏 환자 진료를 놓지 않았다.
지금도 매주 2~4개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남들보다 약간 느릴 뿐 수술자체는
더 꼼꼼하게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많은 의사들이 육체의 질병만 고치려 합니다.
현대의학으로 환자를 낫게 하건 그렇지 못하건
육체와 영혼을 함께 어우르는 치료야말로
진정 환자를 행복하게 하죠.

'환자 의사'인 제가 그걸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겁니다."

암을 고치는 의사가 암 환자라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암 환자들이 그를 찾는다.

 

상당수가 암이 재발하고 폐나 뼈에 전이된 환자들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는 "뭘 그런 것 같고 그렇게 시무룩하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유방암이 척추에 전이돼 이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김모(여·67)씨는 "암이 한두 번 재발한 것 가지고는

교수님 앞에서 명함도 못 내민다"며 "의사가 같이 치료를 받으며

용기를 주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저는 암 환자들에게 치료법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절대 절망해선 안 된다고 말하죠.

두려움이 골수(骨髓)를 녹여서 면역력을 떨어뜨리거든요."

그는 매주 목요일 저녁 병원 외래에서

암 환자들을 위한 예배시간을 갖는다.

단순한 종교행사로 그치지 않고 암 투병에 대한 요령도 알려주고

질문도 받는 강좌성격의 자리다.

 

여기에 매주 40~50명의 환자들이 모인다.

작년에는 환자들에게 투병 요령을 알려주겠다는 뜻에서

자신의 투병기를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그의 이름을 따서 '희대의 소망'으로 붙였다.

"암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갖는 절망 때문에 죽는 거죠.

 

저는 암에 걸리기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작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고,

가족과의 정도 더 깊어졌기 때문이죠."

그는 암과 요즘의 경제난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이 다가온다는 것과 참기 어려운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사실 저도 괴로울 때가 있죠.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죽음의 두려움이 밀려올 때마다

 

내가 나아서 행복해지는 꿈을 꾸고

그것을 미리 당겨다 갖다 놓습니다.

미래의 기쁨을 빌려와서 지금 누리는 거죠."

그는 건강하게 살았던 사람도 죽고 나서 부검해 보면

몸 속에서 암세포가 나올 때가 많다고 했다.

암세포는 항상 우리 몸 안에 있다는 의미다.

"암은 마음의 병입니다.

마음이 바쁘고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그 틈을 타서 암 세포는 자랍니다.

 

항상 즐겁고, 매사를 감사하게 여기세요.

 

저를 보세요. 암 4기 상태로 6년 동안 일할 거 다하면서

잘 살지 않습니까. 새로운 암 5기죠.

희망이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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