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秋日(가을날) 徐居正(서거정)ㅡ해석 안경식선생님
茅齋連竹逕(모재연죽경)
띠 집은 대숲 길로 이어져 있고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가을날의 햇살은 곱기도 하다.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과실은 익어 버티는 가지 무겁고
瓜寒着蔓稀(과한착만희)
참외도 끝물이라 드러난 넝쿨만 듬성듬성
遊蜂飛不定(유봉비부정)
나는 벌은 쉴 새 없이 잉잉거리고
閒鴨睡相依(한압수상의)
한가로운 오리 기대어 조네..
頗識身心靜(파식신심정)
몸과 맘 너무나 고요하구나.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물러나 살자 던 꿈 어긋나지 않았네!
초가 한 채있고 그 뒤 대숲사이로 소로가 나있다.
가을햇살은 지붕위에 깁(그물, 명주실로 짠 거친 비단)을 펼쳐 얹었다.
빨갛게 익은 열매가 무겁다고 가지들은 어깨를 축 늘이고, 여름내 입 맛 돋구던 참외도 이제는 가을 서리에 끝물이라.
별들은 그래도 미련이 남아 겨울 준비에 하루 종일 부산스럽고, 그 옆 연못에선 오리들이 태평스레 목을 감고 졸고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인의 내면에 어느새 기쁨이 물오른다.
몸과 마음이 평온하다.
물러나 쉬자던 소원이 이제야 이루어 졌듯........
○맑게 갠 가을날의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 쬐이는 대숲사이의 초가 한 채....
가을 햇살이 지붕위를 비치는 한가로운 한낮이다. 붉게 익어가는 결실, 여유로워 보이는 오리, 잉잉거리는 벌들! 한가롭고 풍요로움 속에서 시골의 詩情(시정)이 한 장면 한 장면 펼쳐지고 있다
四佳(사가)는 世宗朝(세종조) 이래 五朝(오조)를 歷仕(역사)한 人物(인물)로서, 官運(관운)이 대통하여 高官大爵(고관대작)의 要職(요직)을 두루 거치기 45년, 文衡(문형)을 잡기만도 18 년이란 화려한 官歷(관력)을 누릴대로 누린 뒤에야, 스스로 물러난 시골 생활이니, 그 心境(심경)야 문자 그대로 頗識心身靜(파식심신정)의 흐뭇함에 잠기었음직도 하다. 그러한 눈에 비친 시골 가을이라, 詩想(시상) 또한, 가을 햇살처럼 곱고, 익어가는 과일처럼 豊艶(풍염)하고, 遊蜂(유봉)·閒鴨(한압)만큼이나 한가롭고 평화롭다.
許筠(허균)은, 四佳(사가)의 詩(시)는 悠悠不迫(유유불박)하고 贍富艶麗(섬부염려)하여 '遊蜂飛不定 閒鴨睡相依'와 같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데가 있다고 기렸다.
* 徐居正(서거정, 1420∼1488) : 조선초의 학자. 字(자)는 剛中(강중). 號(호)는 四佳亭(사가정). 諡號(시호)는 文忠(문충). 저서로 『四家集(사가집)』·『東人詩話(동인시화)』·『筆苑雜記(필원잡기)』·『太平閑話(태평한화)』등이 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며, 대구 귀암서원(龜巖書院)에 제향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