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연주의 삶터】한지,닥나무와 물 그리고 사람의 정성 중요
<끝>괴산군 연풍면 신풍전통한지마을 안 치 용씨
2007년 12월 17일 (월) 20:07:48 <글·사진/김정애>
dynews1991@dynews.co.kr
▲ 올해 4월 중요무형문화재 한지장으로 지정된 안치용씨.
충북 괴산군 연풍면 신풍마을에서 할아버지 안태성씨와 아버지 안영하씨에 이어 3대째 전통 한지제작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지장 안치용씨(49·중요무형문화재).
그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한지제작과정을 보고 도와주면서 자랐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한지의 사용이 줄어들었고 아버지의 일은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한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한지제작의 맥을 끊으려고 했지만 전통 한지제작에 사용했던 많은 도구들을 처분할 길도 없어 두고만 보았다. 그러다 지난 81년 쯤 한지제작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야심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작부터 판로확보, 새로운 기술 개발 등 모든 운영을 도맡아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한 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웰빙바람을 타고 그가 발견한 희망은 현실이 되었다. 입체문양의 한지, 물방울 문양의 한지, 천연염색한 한지, 수의 옷감으로서의 한지, 닥실의 제조방법 등 그가 연구를 통해 개발해 상품으로 제작, 생산되고 있는 특허만 10여 가지다. 이제 전통 한지가 더 이상 사향산업이 아닌 것이다.
그 쓰임새도 광범위하다. 편지지나 문종이로만 사용되던 한지가 고급 인테리어 자재로, 옷감으로, 공예품재료로,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 졌다.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한지상품만 200여 가지다. 이중 벽지가 30여 종류이고 공예용 100여 종, 인테리어 용, 인쇄용지 등이 있다.
“이곳 신풍은 중부 내륙의 한가운데로 닥나무 생산이 잘되는 곳입니다. 예로부터 원주나 전주 등 전국에서 이름난 한지장들이 이곳에서 닥나무를 구입해다 사용합니다. 한지의 원산지나 마찬가지지요. 품질 또한 신풍 닥나무를 따라올게 없습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한지의 조건에는 우선 원료가 좋아야하고 물이 좋아야 하며 다음이 사람의 정성이 담긴 기술이라고 했다. 이곳 신풍의 경우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갖고 있어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고 마지막 사람의 기술이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지를 사용하도록 하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기호를 파악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대나 문화적인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 많은 분야에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웰빙이라는 문화의 흐름이 우리 전통 한지의 맥을 되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지의 좋은 점이나 사용방법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건립이 필요합니다.”
전통 한지가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음에도 아직 멀었다는 안씨는 최근 괴산군과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한지 제작에 필요한 도구나 한지로 만들어진 옛 사람들의 공예품, 혹은 한지와 관련된 옛 유물들을 수집해 왔다.
집에 쌀이 떨어져도 한지와 관련된 골동품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구입 했다. 안씨의 작업실에는 한지관련 유물들이 가득하다. 어림잡아 180여점이라고 귀띔해준다. 그가 수집한 유물은 종이로 만든 수공예품, 한지에 그린 옛 그림, 글씨, 병풍, 고서 등이다.
“눈으로 보고 당장 사지 않으면 도망가 버릴 것 같아 아무리 어려워도 눈에 띄는 유물이 있으며 구입했습니다. 신상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옛 사람들이 전통 한지를 어떻게 만들었고 사용했는지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겨울에도 직접 물을 만져야 하는 한지제작을 하루에 300여장씩 뜬다. 실내에 한지를 말릴 수 있는 건조대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하다. 오히려 겨울이 더 분주하다. 닥나무 수확철이기 때문이다.
닥나무를 베어 물에 충분히 불린 후 스팀에 찐 후 껍질을 벗겨 다시 삶아 속피를 곱게 분쇄한 후 한지를 떠내는 것이다. 한지 제작의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이어서 피와 땀으로 만들어지는 종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한지를 제작하려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만큼 고단한 노동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지를 제작하는 공예인으로 머물지 않고 전통의 미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한지를 창조해내는 예술가의 정신으로 한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값싼 인건비로 만들고 있는 중국의 한지가 시장에 넘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종이와 우리나라의 한지는 그 질을 비교할 수 조차 없다는 것이 안씨의 설명이다.
그가 오랫동안 가업을 이어왔던 이곳 신풍이 단순히 한지제작 장소로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한지를 이해하고 한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일 년 동안 3000여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그가 시연하는 한지제작과정을 보고 직접체험하고 돌아간다.
“문명의 발전은 우리들 삶의 편리와 이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이에 못지않는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지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하는데 한지가 사용 될수 있도록 혼과 정신을 쏟아 부어 작업할 생각입니다.”
그가 만드는 한지는 숨을 쉰다. 치자, 쪽, 느릅나무 등 한지에 색을 입히는 염료도 자연 염료만을 사용한다. 기와의 막새, 창살, 다식판 문양 등 우리의 전통 문양을 한지에 적용시켜 입체적으로 만들고 두껍게 제작해 한지타일을 만든다.
그가 개발하고 특허를 내는 한지 종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만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전통 방법을 고집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꾸준히 개발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영업 또한 직접 나선다.
초기 인사동 한지상에 납품을 했지만 중국산과 비교해 품질이 우수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한다. 덕분에 오히려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인테리어용으로도 많이 찾고 있다.
갈수록 한지의 쓰임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신풍한지마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전국에서 문의전화도 쇄도하고 있다.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의 해악을 퇴치하는 생활보조수단으로 한지를 추천합니다. 집안의 습한 기운과 건강한 신체적 조건을 유지하는데 한지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전통 한지 (종이) 만드는 법
12시간 가량 삶은 닥나무 껍질에서 바깥쪽의 까만 껍질을 제거합니다~
남은 하얀 섬유질이 바로 한지의 재료가 됩니다.
돌에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이 섬유질을 풀과 함께 물에 섞습니다~
그럼 올이 촘촘한 대나무 발로 한지를 떠서 말리는 일만 남습니다.
한 장씩 정성들여 떠낸 뒤 물기를 빼고 몇 분 동안 말리게 됩니다~
그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지 벽지, 한지 과반, 한지인형, 한지 숯을 가정에 끌어들임으로써 가정의 건강과 우리나라 전통의 예스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한지의 가치 창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안치용씨.
그가 신풍전통한지로 유네스코직지상장을 제작하며 사람이 땅에 묻힐 때 입는 옷을 제작한다. 그가 사라져 가는 옛 우리의 문화 속에서 미래의 중요한 자산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의 한지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전 세계의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고 현실일수 있다는 엄연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