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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시민의 이색강연 “인터넷에서 글 잘 쓰는 법”

글쓴이 : [데일리서프… 날짜 : 2010-01-09 (토) 11:57 조회 : 1685
취재수첩] 유시민의 이색강연 “인터넷에서 글 잘 쓰는 법”

[데일리서프라이즈 김태일 기자] 지난 16일 광화문에 위치한 ‘사랑의 열매’ 회관 강당에서 유시민 의원의 이색강연회가 있었다. 유 의원의 팬클럽인 ‘시민광장’의 20대 청년 학생 동아리모임인 ‘유벗’ 창립기념식에 초청강연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제목부터 남달랐다. ‘인터넷에서 글 잘 쓰는 법’, 이번 초청강연의 제목이다.

토요일 점심시간대인 오후 12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번 행사는 150여 명의 젊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참석했고 중간 중간 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보통의 정치행사와는 조금 다른 일이십 대 젊은이들이 준비한 아기자기한 느낌의 ‘풋풋한 정치행사(?)’였다.

유 의원의 팬클럽 ‘시민광장’은 여러 지역별 모임과 다양한 동아리 모임 등이 있는 듯했다. 행사장 벽면에는 ‘시민유빠스 야구단’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부천광장’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관계자 말에 의하면 전국에 100여 개 이상의 지역별 모임이 있으며 문학모임, 당구모임, 스타크래프트 게임모임 등의 동아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1개의 직능별 모임까지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고 하니 일반적인 정치인 팬클럽을 넘어 준정치단체에 버금가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사가 시작되고 20분 정도 지난 오후 12시 50분쯤에 유 의원이 도착했다. 대구에 차를 두고 왔는지 택시에서 내렸다. 행사장 입구에 있는 접수대 모금함에 참가비 1만 원을 자연스럽게 내는 모습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의례 이런 행사는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고 유 의원도 직접 참가비를 내는 것이 익숙해진 것 같았다.

행사장에 들어선 유 의원은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촬영을 당하고(?) 있었다. 사회자가 유 의원의 바쁜 일정을 생각해서 미리 시도(?)한 일인지는 몰라도 강연을 하기 전에 사진촬영부터 하는 것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이렇게 사전행사가 끝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유 의원이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독일에서 유학했던 대학교, 국회의사당, 장관으로 재직했던 과천종합청사를 구글 어스 화면으로 생동감 있게 나타내었다. 마지막으로 구글 어스가 클로즈업한 곳이 화면으로 나오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팬클럽 회원이 만든 동영상답게 유 의원에 대한 강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었다.

유 의원이 강연이 시작되었다

유 의원은 연단에 올라 “아주 독특한 취미생활을 하는 분들이다. 야구, 당구 모임도 한다는데 유벗은 뭣 하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잘 노는 분들 같다.”라며 참석자들에게 농을 던지며 편한 분위기에서 강연은 시작했다.

지금 대구 상황에 대해 잠깐 언급하겠다고 운을 뗀 유 의원은 “7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를 떠난 뒤 30년 만에 대구로 갔다. 요즘은 어머니 집에서 살고 있다. 고양 덕양구에서 선거운동 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1개월 정도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당선가능성 1%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10%는 되는 것 같다.” 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유 의원은 자신이 이번 선거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대구의 자부심이 되는 정치인이 되겠다. 대구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후보가 되겠다.”라고 말한 뒤 “품격 있는 선거를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는 이기는 것이 목표지만 질 때 품격 있게 죽는 것이 멋있게 살아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잘 지는 게 어렵다. 지더라도 품격 있게 지는 모습을 보이는 선거를 하겠다.”고 밝혔다.

너무 절박하게 바라보지 말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자

한편, 유 의원은 지지자들에 대해 “게시판에 글을 보니 절박하게 글을 쓰는 분들이 계시더라.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쓰거나 비장하게 글 쓰지 않았으면 한다. 진지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선거를 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해 이번 강연의 제목이 왜 ‘인터넷에서 글 잘 쓰는 방법’인지 짐작게 했다.

평소 인터넷에 자주 접속하는 유 의원은 자신을 바라보는 지지자들이 너무 가슴을 졸이거나 애태우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차분하게 갈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과열된 지지자들의 마음이 아직 채 식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총선에 뛰어든 만큼 지지자들과의 진지한 소통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앞서 품격, 진지, 성실을 말한 이유가 그의 강연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가 인터넷 글쓰기를 주제로 삼은 것은, 지금은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공부하며 내일을 준비하자는 것으로, 인터넷에서 너무 감정적인 글쓰기가 난무하는 것은 내일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그는 강연에서 “많은 분들이 나를 ‘문재(文才)’라며 글 쓰는 재주가 타고났다고 하지만 학창시절에는 글 쓰는 재주가 없었다. 글로 상을 타본 적이 없다. 처음 글을 쓴 것은 1980년 4월 병영거부선언문을 쓴 것이 처음이다. 그다음 84년 구속되었을 때 항소이유서를 썼는데 글이 좋아서인지 징역을 마치고 나오니까 맨날 글 쓰는 일만 하게 되었다.”며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말했다.

글 잘 쓰려면 책 읽기부터 우선 되어야

유 의원은 논술학원에 보내는 것만으로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복지부 장관으로 있을 때 공무원들로부터 보고서를 받아보면 보기 쉽게 만든다고 만들어왔는데 읽어서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더라. 그래서 국민들이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를 직접 써보기도 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잘 전달되도록 메시지를 연결하는 것”이라며 좋은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유 의원은 “읽기가 중요하다. 많이 읽지 않고 글을 잘 쓰는 것은 몇몇 타고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없다.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생각은 언어를 통해 이뤄진다. 언어는 어휘, 단어로 구성되는데 사람마다 사용하는 어휘의 총량이 다르다. 어휘를 많이 알아야 글 잘 쓸 수 있다. 어휘를 많이 알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라며 책 읽기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혀 짧은 흉내 낸다고 영어 잘하는 것 아니다.

한편, 유 의원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비판했다.

“요즘 인수위원장이 오렌지를 어륀지라고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과 영어는 발성법 자체가 다르다. 우리말은 입을 중심으로 말하고 영어는 목을 중심으로 한다. 영어 잘하게 한다고 어린아이의 혀를 짧게 하는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 아이들이 혀 수술 안 해도 영어 잘하지 않는가. 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발성을 익힌 것이다.”라며 아무 생각 없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따라 하기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쓰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한다. 우리말을 못하면 외국어를 배워도 중언부언한다. 모국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나는 유학 시절 논문을 제출했을 때 독일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독일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통해 익힌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며 모국어 교육을 경시하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소설 토지를 다섯 번 정도 읽으면 글쓰기 잘할 수 있다.

유 의원은 자신이 글에 자신감을 가진 배경도 설명했다. “글 읽는 양이 어휘구사능력과 직결된다. 나는 예전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소설 토지 1부를 5번 읽었다. 토지는 우리말을 풍부하고 적절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읽고 잊어버리고 읽고 잊어버리고… 를 계속하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 입력된 어휘들이 출력되기 시작한다. 반복해서 읽으면 좋다."라며 좋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것을 주문했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상은 자기 사상이 아니다

유 의원은 “지금도 나는 독수리타법으로 컴퓨터를 사용한다. 손가락 두 개로 똑딱이처럼 치는 게 아니라 5~6개 정도를 이용하지만 거의 독수리타법에 가깝다. 옛날 민주화 운동 시절에 급하게 급하게 글을 쓰다 보니 제대로 타이핑을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다.

글쓰기는 ‘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타이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손으로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손으로 글을 쓰려면 생각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글쓰기 조건은 실제로 글을 많이 쓰는 것이다.”라며 처음으로 자신이 독수리타법임을 밝혀 한때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많이 쓰는 것 이외는 좋은 방법이 없다. 많이 읽는 것이 전제조건이면 충분조건은 많이 쓰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난 뒤 읽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시, 소설, 수필… 어떤 형식이건 관계없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상은 자기 사상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강연을 마치면서 “글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힘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글을 쓰고,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책 읽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책도 많이 팔리고 책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렇게 하다 보면 글 쓰는 사람이 많아져도 문제없다.”라는 말로 그의 글쓰기 사랑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날 강연에서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젊은 학생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어서 그런지 글을 쓰기 전에 글 쓰는 사람들의 사상과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강연을 마친 유 의원은 다시 택시에 몸을 싣고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를 위해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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