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사당 정면의 토끼와 거북(자라), 선원사 칠성각의 거북과 토끼
광한루 '열녀춘향사당 '의 정면 들보에 설치된 '토끼와 거북(자라)'이 돌출된 장식을 보며 궁금해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장식이 동문 밖의 '선원사 칠성각'의 한켠에도 유사한 표현의 거북과 토끼의 조각장식품이 돌출되어 있어 그 궁금함을 풀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거북의 등위에 토끼를 태우고 물결을 헤치며 나아가는 장식을 보면서 혹 별주부전을 표현하고자 하는 장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별주부전은 토끼전이라고도 하며, 옛 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동물우화다.
용궁에 사는 별주부는 용왕의 병을 고치려고 고생 끝에 토끼를 꾀어 데리고 온다. 그러나 또끼는 멋진 속임수로써 위기를 벗어난다는 이야기다....
판소리에서는 수궁가, 토끼타령, 별주부타령, 토별가라고도 한다.
또한 부처님의 전생의 이야기 중 “잡보경장”의 큰 거북의 인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바라나시 나라에 우두머리 상인이 있었는데, 그 상인은 500 명의 상인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어 나오다가 물에 사는 나찰에게 붙잡혔다. 상인들은 놀라고 두려워 모두 외쳤다. “천신, 지신과 일월의 여러 신들이여 누구나 우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 액난을 구제하소서 !” 그때 어떤 큰 거북이가 그들을 가엾게 여겨 그 사람들을 모두 등에 업고 큰 바다를 건너게 하였다. 거북이 땅에 다다르자 우두머리 상인은 큰 돌로 거북의 머리를 때려죽이려 하였다. 여러 상인들은“우리는 거북의 은혜를 입고 어려움에서 목숨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를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하고 은혜를 모르는 일”이라며 반대하였으나 우두머리 상인은“우리는 지금 굶주림이 급하다. 누가 그 은혜를 모르겠는가!” 하고 거북을 죽여 그 고기를 먹였다. 그날 밤 큰 코끼리 떼가 나타나 그를 밟아 죽였다. 그 때의 그 큰 거북은 부처님이었고, 500 명의 상인은 아라한 이었다 .(발췌 :불교미술의 해악 /권중서 지음 /불광출판사 )
그럼 춘향사당의 거북과 토끼와 선원사의 토끼와 거북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혹 당시 불교의 영향으로 잡보경장의 이야기 일까 수궁가를 표현함일까에 대해서는 어딘가 확실한 기록을 찾기 전까지는 명확하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선원사의 들보에 표현된 "거북등위에 올라탄 토끼"의 장식은 잡보경장에 나온 이야기처럼 전생의 부처님은 죽음과 고통의 차안(此岸)을 건너게 하는 거북으로 등장하여, 자기 꾀에 빠진 토끼 같은 중생들을 피안(彼岸)에 이르게 하는 중생사랑을 보여 주는 표현으로 부처님은 오직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고 자비로 행복을 주신다는 뜻으로 표현하는 토끼와 거북으로 표현한 불교장식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 본다.
춘향사당 앞의 "거북 등위에 올라탄 토끼"의 장식은 용왕(龍王)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하여 자라는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수궁가,「토끼타령」·별주부타령 (鼈主簿打令 )」·「토별가 (兎鼈歌 )」라고 설명된다.

▲밀양표충사 대광전 수미단(불교미술의 해악/권중서 지음/불광출판사)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업고 험한 파도를 헤치며, 이상향의 세계로 나가고 있다.
성난 고해의 파도에 놀란 토끼가 두귀를 쫑곳세우고 앞발로 거북등을 붙잡고 있다. (불교미술)

▲통도사 명부전 벽화(불교미술의 해악/권중서 지음/불광출판사)
수궁가의 토끼가 거북등에 올라타고 용궁을 향해 가는 모습으로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