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 - 나숙희
나숙희(서남대 교육대학원 강사)
작성 : 2009-06-04 오후 6:48:00 / 수정 :
전북일보(
desk@jjan.kr)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도와 추모 열기는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MB 정부는 남은 기간동안 노 전 대통령이 남기고 간 화합과 통합을 해결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보면서 이타적 유전자란 말을 떠올리게 됐다. 정작 가족들은 눈물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국에서 올라온 시민들은 통곡하며 슬피 울었다.
"우리가 지켜드리지 못해서 속죄하는 뜻에서 영결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분을 재평가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했던 우리가 원망스럽다."
먹고 살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기적 개인만 난무한 것인 줄 알았던 요즘 이타적 개인이 등장한 것이다.
동물은 이기적이다. 먹이를 놓고 다투거나 적수를 만났을 때 그 이기심은 있는 그대로 발현된다. 방금 배를 채운 사자는 절뚝거리며 지나가는 먹이감을 사냥하지 않는다. 그래서 품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했듯 인간의 이기심은 철저히 유전자에 새겨진 생태적 코드에 의해서 움직인다.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게 우선인 이기적 유전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남극의 황제 펭귄은 바다표범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물에 뛰어 들기를 주저한다고 한다. 그 중 한 마리가 뛰어들기만 하면 나머지 펭귄은 바다표범이 있는지 판단한다. 누구도 희생물이 되기를 거부한다. 때문에 이기적 유전자는 서로 밀치다가 한 놈을 떠밀어버린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이기심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서 잘사는 동네에 임대주택을 짓지 못하게 한다거나, 잘사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내건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이기심(利己心)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할 때 이기심에서부터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이기심, 그리고 어떤 공통의 이기심들이 모인 특정'집단'의 이기심과 가장 큰 단위라 할 수 있는 '국가와 민족'의 이기심까지 다양하다.
반면 매트 리들리가 그의 저서 「이타적 유전자」에서 말했듯 이타적 유전자도 있다. 그 예로 일벌은 침을 쏘는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지킨다.
과일과 채소를 팔아 모은 재산 1억 2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기초생활 대상자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신문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남원의 최모 할머니는 평생 폐품과 고물을 수집하여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고 계신다. 공원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서 불우이웃을 위해 무료로 급식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이말인즉슨 이기적 유전자도 있지만, 우리 자신의 '의지', '공공의 선'이라는 가치에 우선한 이타적 유전자도 있다는 뜻이다. 화해와 통합의 길이 요원한 시대지만, 아직은 살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이야기가 우리마음을 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나숙희(서남대 교육대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