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남원출신 박영환 KBS앵커
2009년 08월 20일 (목) 17:30:21 강영희 기자 kang@sjbnews.com
▲ KBS 9시 뉴스를 진행하는 박영환 앵커가 KBS보도국에서 기사 내용 및 각종 상황을 체크한 뒤 방송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넘어 가나요? 넘어 가나요? 김봉연, 김봉연, 홈! 런!”
1982년, 고교 2년생이던 박영환은 전주야구장의 캐스터였다. “친구 이재학은 해설을 맡았고 저는 캐스터를 흉내냈지요. 물론 둘이서 야구장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소형 카세트에 대고 하는 녹음이었지만 전문 캐스터 못지 않았어요.”
고교 시절 신문기자를 희망했지만 이미 방송인으로서 끼가 잠재해 있었다.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고향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6남매 중 넷째인 그는 할아버지 품에서 어린시절 대부분을 보냈고, 할아버지는 매주 그를 기다렸다.
“토요일 오후 2시 전주에서 여수로 가는 비둘기호 완행열차가 있어요. 모든 역에 정차하는 바람에 2시간가량 걸리는데, 역을 빠져나오면 동구밖 정자 앞에서 기다리는 할아버지 모습이 보여요. 제가 언제 오나 줄곧 기다리신 것이지요.”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박영환 앵커의 할아버지 박성택 옹은 라디오를 곁에 두고 매 시간 정시마다 뉴스를 들었다. 배터리가 아깝다는 이유로 어린이 방송 청취를 불허한 할아버지가 야속할 따름이지만 지금은 고마움이 더 크다. 할아버지 덕분에 유년시절부터 청취한 뉴스는 방송 기자로서 감각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기자를 꿈꾸던 소년은 대학 입학 이후 고대방송국에서 학생기자와 앵커활동을 했고 방송국장까지 지냈다. 2시간짜리 안암 공개토론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6월 항쟁 당시 명동 성당에 취재기자를 보내 고대 학우들에게 생생한 현장 소리를 전하게 한 것도 그였다.
지금은 뉴스 앵커로서 익숙하지만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한 그는 “12년동안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기사가 따라다녔다”고 회고할만큼 주목받는 기자였다. 1997년 ‘괌 KAL기 추락’사건 당시 휴가차 가족들과 괌에 머물고 있었고, 1994년 조계사 조직폭력배 동원 사태를 최초 보도한 것도 박영환 앵커였다.
“조폭 200명이 동원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직접 서울시내 호텔과 여관 100곳을 이 잡듯이 뒤졌어요. 서울 호텔에서 집단 숙식 사실을 확인했고 9시 뉴스 머리 기사로 보도했지요. 그 이후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고 총무원장이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어요.”
1개월간 이어진 특종 보도로 박 기자는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다. 당시 보도는 박 기자 개인의 영예를 넘어 회사 차원에서도 큰 성과였다. 조계사 폭력사태 보도 이후 KBS 9시 뉴스는 처음으로 MBC를 따라잡았고 지금까지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KBS 9시 뉴스 진행을 맡으면서 부담도 컸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KBS 기자가 된 아들에게 어머니는 ‘잡보장경’을 쥐어주며 진실과 겸손을 강조했고, 전북출신이라는 이유로 고향에서 보내는 지지 또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라북도 하면 새만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언론을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새만금을 전라북도에 국한된 사업으로 여기고 있어요. 미력하지만 새만금 개발이 동북아물류 기지 성장 핵심사업이요, 국가 부를 키우는 기반사업이라고 설명하죠. KBS 내 새만금 민간홍보대사라를 자처하고 있지요.”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지 못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고향은 언제나 포근하다. 특히 초등 5∼6년때 담임이던 백정선 선생님은 꼭 한번 찾아 뵐 계획이다. “중학교 배정 추첨을 하러 가던 날, 추운 날씨였는데 선생님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빵을 사주셨어요. 난생 처음 본 호빵이 얼마나 달고 맛나던지…. 지금도 호빵을 보면 선생님 생각이 나요. 조만간 찾아 뵙겠습니다.”
/서울 = 강영희기자 kang@sjbnews.com
<주요약력> △1965년 남원 출생 △남원동초 △남원중 △전주고(60회) △고려대 철학과 졸 △고려대 정보통신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1991년 KBS 입사 △보도국 사회부 정치부 △현 KBS 1TV 뉴스 제작팀 기자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 특종상 7회 수상 △KBS 바른 언어상(보도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