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터놓고 말합시다]축제, 우리부터 즐기자
2008년 09월 21일 (일) 15:58:03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가을이다. 축제의 계절이다. 지역문화의 꽃은 단연 축제다. 그런데 그 꽃에 대해 말이 많다. 그간 나온 전국지들의 축제 비판 몇 개를 요약해 소개한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뛰어든 지역축제 사업은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며, 한 해 6000억원 이상 쏟아붓고 있지만 성공 사례는 10%도 안 된다.”
“지역축제는 ‘지역주민의 무관심’‘선심성 예산낭비’‘전문기획능력 부재’‘일회적이고 과시적 이벤트’‘축제 콘텐츠에 대한 심층연구 결여’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급하게 개발된 ‘관변축제’이다 보니 상당수가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붕어빵 축제’‘껍데기 축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관이 주도가 되고 남의 것을 베껴 억지 축제를 양산하다 보니 우리의 축제는 관광효과 없는 ‘동네잔치’에 머물고 말았다.”
“특산품 판매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이지만 단체장 홍보와 치적 쌓기와 맞아떨어져 막대한 예산만 쏟아 붓고 있다.”
다 나름대로 근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애정 어린 비판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오죽하면”이란 생각 때문이다. 각자 내가 시장이요 군수라 생각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보자. 주민들의 관심과 주목을 서울 매체들이 지배하고 있는데다 정신이 쏙 빨려 들어갈 만큼 재미있는 오락물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자체 홍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 그저 만만한 게 축제다. 즉,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단체장 홍보와 치적 쌓기’도 그렇다. 정말 뻔뻔스러운 경우도 있겠지만, 선의가 더 많으리라는 것도 감안해줘야 한다. 지자체가 일을 잘 하면 그건 저절로 ‘단체장 홍보와 치적 쌓기’가 된다. 무엇이 먼저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그건 어차피 알기 어려운 것인 만큼 동기 분석을 하기보다는 얼마만큼 내실이 있느냐 하는 걸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옹호를 하는 이유가 있다. 주변 사람들께 물어보시라.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 지역 축제인데도 참여도가 너무 낮다. 그거야 축제가 부실하기 때문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슨 축제가 언제 열리는지도 모르는데 부실한지 안 한지 어떻게 아는가? 그냥 관심이 없는 것이다.
나는 지역내의 축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털’이 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게 독립적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인 바, 어느 언론사건 그런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우선 지역민들부터 축제를 즐겨보자는 뜻에서다. 전국지들은 ‘동네 잔치’라고 비아냥대지만, ‘동네 잔치’도 안 되는 사례가 많은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그런 구심점이 생겨나면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다. 성공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을 할 수 있고, 역으로 축제별 차별화를 기할 수 있고, 쌍방향 소통으로 개선을 이룰 수 있고, 소집단 모임을 유치하는 교통편의 제공도 가능해지고, 최악의 축제를 퇴출시킬 수 있는 공론장 역할도 할 수 있고, 축제홍보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축제에 관한 관심 제고다.
사실 이건 누가 선점하느냐의 문제다. 일단 ‘축제’ 하면 어디라고 하는 ‘포지셔닝’이 이뤄지면 저절로 장사가 된다. 물론 다른 지역 주민들을 모셔오는 길을 뚫을 수도 있다. 실은 ‘선샤인뉴스’가 오래전부터 해보려고 했지만, 여건과 역량의 한계로 시도하질 못했다. 누구라도 이 제안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면, 실행에 옮겨주길 바랄 뿐이다. ‘축제 포털’은 궁극적으로 ‘레저 포털’로 발전될 것이기에 전망도 좋은 사업이다. 아이디어 저작권료는 안받을테니, 누구건 부디 실천만 해주시라.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