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많지만
공부하고 가진 만큼 생활에서 지혜롭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후 나른한 시간! 따르릉 전화벨.........
내일 오전 오거리 농협 2층에서 2005년도 장학금 수여식이 있는데 오셔서 미래의 우리 주인공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씀으로 격려해 주시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제가 무슨 자격으로......
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은 문득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 온 과정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나는 고향 주생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정 형편상 진학을 하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전주에서 편물공장을 운영하는 고모 댁으로 갔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다시 돌아와 낮에는 농사일을 돕고 밤에는 인근 군부대(7733)에서 운영하는 야학에서 중학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고등학교는 군부대 장학회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어렵게 졸업 했으며 대학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후 만학도로서 40대에 졸업 했으며 현재는 대학원【?국문학을 전공 중이다.
이튿날 장학금 수여식장으로 향하는 나의 가슴은 웬지 모르게 두근거렸다. 과거의 나를 보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 행사장에 도착하여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뵈니 기슴이 복받쳐왔다.
학생중 에는 유아시절 내가 가르쳤던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정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여고시절 장학금을 받고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욕심껏 성적이 향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적표와 함께 감사의 편지를 써서 군부대 장학회에 보내는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어린 마음에 가출을 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
그때는 왜 그리 힘들어 했는지 행사가 시작되고 내 순서가 되어 내가 공부해 온 과정을 담담히 얘기해 나갔다.
얘기하는 도중 눈물을 글썽이는 여학생도 엄마도 있었다.
나는 어렵게 공부하던 시절 나를 도와주시던 주위 분들이 한결같이 해 주셨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학업을 마치고 세상에 나갔을 때 여러분들의 힘을 필요로 한 곳에 돈이 있으면 돈으로, 기술이 있으면 기술로, 시간이 있으면 시간으로, 가진 것의 조금을 세상에 환원하여 더불어 잘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여러분들이 받은 도움에 대한 보답이다.
사람은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수곡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에서 새삼 느꼈다.
수곡장학회를 설립한 남강 고 양병식님은 평소 낡고 녹슨 자전거를 타고 검소하게 사시면서 상가에서 버린 폐품을 모으고 잡화점과 주조장 등을 운영하여 어렵게 모은 많은 돈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셨다.
그 뒤를 이어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둘째 아들 역시 이번 행사에서 종이로 만든 현수막을 3년째 계속 사용하는 등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 또 자녀의 교육을 위해 고향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향에 돌아와 남원교육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수곡장학회 이사장님 모습을 보고 남원교육이 발전되기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