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 마더스한의원 원장
우리나라 여성은 대략 49세를 전후해서 갱년기를 맞는다. 이때 난소기능이 급격히 퇴화되면서 여성호르몬이 결핍되어, 이에 따른 직접적 증상과 사회·문화적인 요인, 개인의 정서적 요인 등이 복합된 다양한 간접적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일련의 증상을 갱년기증후군이라고 한다.
한의학의 고전인 《黃帝內經》의 〈上古天眞論〉에서는 “여자가 49세쯤 되어 임맥(任脈)이 허하고 태충맥(太衝脈)이 쇠하여 천계(天癸)가 고갈되면 월경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 임신을 못하게 된다.”고 하였는데 월경은 남성과 구별되는 여성고유의 생리현상으로 갱년기에는 난소기능의 퇴화로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게 되고 양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신감 상실과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 또 여성호르몬의 결핍은 자율신경계의 실조를 일으켜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확 달아오르거나 열이 나면서 얼굴·목·가슴 등에 땀이 흐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울렁거리기도 하고, 피로감, 입마름, 두통, 수면장애 등을 느끼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빈뇨·요실금, 성교통, 요통, 관절통, 피부건조 및 가려움증, 우울증까지 겪게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만성적으로는 골다공증, 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겪는 여성들 중에‘여자라면 누구나 다 겪는 것’으로 여기고 치료를 등한히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갱년기의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가 예외 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심하게 나타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별 뚜렷한 증상이 없어서 자연스런 생리적 과정으로 갱년기를 넘어가기도 하니, 증상이 심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하겠다.
자연에서 보면, 태양의 따뜻한 열기가 바닷물을 데워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그 수증기가 삼라만상을 촉촉이 적신 후에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내려오는‘물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생명현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이와 같이 몸에서도 심장의 화(火)기운은 내려오고, 신장의 수(水)기운은 올라가는 이른바 화강수승(火降水升)이라는‘기(氣)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우리의 몸이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腎氣)가 약한 사람은 갱년기에 들면 더욱 약해져서 심장의 화기(火氣)는 홀로 위로 뜨고, 신장의 수기(水氣)는 아래로 처져서 정상적‘기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화기가 위로 뜨면 상열감, 안면홍조, 땀, 가슴 두근거림, 불면, 두통 등이 생기고, 수기(水氣)가 아래로 처지면 빈뇨·요실금, 성교통, 요통, 관절통, 골다공증, 수족냉증 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갱년기증후군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의 요지는 아래로 처진 수기(水氣)를 따뜻이 데워서 위로 올라가게 하고, 위로 뜬 화기(火氣)를 맑히고 필요하다면 살짝 식혀서 수기(水氣)와 화기(火氣)가 잘 교류하게 하여 화강수승(火降水升)이라는 정상적인‘기의 순환’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치료를 하면 치료율이 매우 높고, 치료 후 증상이 재발하지 않게 된다. 갱년기는 인체의 생리적 현상이므로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심하게 불편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