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첫 여성 공병중대장
"'여군' 아닌 '군인'으로 성공할래요"
28세에 첫 여성 공병중대장 타이틀…차별 없이 능력 인정 "최고의 직장"
잘해도 못해도 '여성' 걸림돌 아쉬워…제2의 여성 공병중대장 탄생 기대
"안정된 직장과 남들이 걷지 않는 생소한 분야, 군대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을 생각하고 입대하면 분명히 실망하게 될 거예요. 남성들보다 군대에 대한 상식도 적고, 사회생활의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의무복무를 하기 위해 군에 들어온 남성 군인들을 이끌어나가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거든요."
여군을 꿈꾸는 후배 여성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문예지(31·여군 46기) 제25보병사단 공병대대 중대장은 쓴소리부터 내뱉는다. 여군이 창설된 지 올해로 57주년(9월6일)을 맞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환상으로 시작했다가 좌절감만 맛보고 군대를 떠난 여성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병의 경우에도 39기부터 여성을 뽑았지만 벌써 전역한 이들이 상당수다. 게다가 44기까지는 한해에 겨우 1~2명만 뽑아서 절대적으로 숫자가 적다. 문 중대장은 "선배 여군을 접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에게는 아직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선배가 없다. 그래서 그의 어깨가 더 무거운지도 모르겠다.그는 지난 2004년 28살의 나이에 '첫 여성 공병중대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중대장 직위를 수행하는 여군은 많지만, 전방의 GOP(주력부대를 방호하기 위한 부대) 철책을 맡는 상비사단에서 공병중대장을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자 유일하다.공병은 전쟁에서는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적군의 장애물을 파괴해 아군의 공격을 돕고, 평상시에는 군이 사용하는 도로·다리·건물 등의 시설물 구축을 담당한다. 중대장은 이 모든 임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문예지 공병중대장은 성차별이 없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직장을 찾다가 군인이 됐다. 처음이자 유일한 여성 공병중대장인 그는 “여군이 아닌 군인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군 입대 전에 직장생활을 1년 정도 했어요. 하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을 참을 수가 없어 그만뒀죠. 차별이 없고 나를 인정해주는 또 다른 조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선택한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지금은 직장으로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불편은 감출 수가 없다.
훈련 때마다 생리적인 문제로 남자 군인들보다 눈치가 빨라야 하고, 덩달아 여성 중대장을 모시는 이유로 화장실이나 세면, 샤워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행정보급관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이다. 소대장, 참모 직위를 거쳐 지금의 중대장에 이르기까지 항상 여성 부하에게 알게 모르게 더 많은 배려를 해줬을 상급자들에게 혹여 폐가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많다.군대 내 분위기도 아직은 아쉬운 수준이다.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남녀가 똑같이 잘해도 여성이라서 돋보이는 경우가 있는 반면, 똑같이 못하면 여성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는 식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관 전 후보생 시절 남성에 비해 군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는 것도 여군에겐 상당히 불리한 점이다.
하지만 이성의 영역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사람은 이미 많다. 문 중대장의 말을 빌리면 전형적인 여성적 직업인 헤어디자이너나 무용수, 요리사 등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남성들이 더 인정받고 있다.그는 "점차 군대 내 여군의 비중이 늘어나고 제 몫을 다하는 여군들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인정받는 여군이 더 생겨나지 않겠느냐"며 제2, 3의 여성 공병중대장 탄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여군이기 때문에 더 보람있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어요. 평소에 그다지 여성적인 면을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거든요.(웃음) 다만 국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군을 '여성'이 아닌 '군인'으로 생각해달라는 거예요. 남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군대라는 '직장'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945호 [인터뷰] (2007-08-31)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swkjh@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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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57년, 남성 성역을 깨다
지난 57년간 여군이 이끌어온 변화는 남성들의 성역을 깨는 역사로 평가된다.
결혼이 금지됐던 여군은 1984년 중사 이상에 한해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고, 88년에는 출산권도 얻어냈다. 그 전까지 여군의 결혼과 출산은 곧 전역을 의미했다. 지난 5월부터는 기혼 여성도 여군과 부사관, 간호사관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혼자는 미혼으로 분류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결혼 유무와 관계없이 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2006년 3월에는 '출산 인센티브제도'가 도입됐다. 1년간 시행한 결과 임신·출산한 여군 251명이 당직에서 제외됐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았다. 육아휴직 대체인력 뱅크 제도를 활용한 사례는 18건으로 나타났다. 여군 및 군 가족을 위한 영유아 보육시설은 1년 사이 10곳이나 늘었다. 배우자 출산으로 휴가를 받은 장병도 2457명에 달했다. 다자녀를 둔 205명의 군 간부는 대기 순서에 관계없이 군 숙소 우선권을 받았고, 3자녀를 둔 간부 393명은 60만원씩 출산보조금을 받았다. 군대에도 여성·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방암 전력과 관계없이 양쪽 유방이 없으면 무조건 강제 전역되던 관행도 사라졌다. 유방암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양쪽 유방을 절제한 경우 전역 기준이 되는 장애등급을 기존 2급에서 6급으로 완화한 것. 지금까지 1등급에서 7등급 사이의 심신장애(정신장애) 판정을 받으면 무조건 전역해야 했지만, 군인사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본인이 희망하면 심사를 거쳐 현역에 복무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는 여전히 여성이 살기에는 열악한 공간이다. 국방부 여군발전단이 지난 2004년 실시한 야전여군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야전부대 가운데 여성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돼 있는 경우는 60%에 불과했다. 휴게실이나 샤워실이 구비된 부대는 10% 미만이었다. 전체 여군의 40%를 차지하는 기혼자의 경우 57%가 육아문제로 별거라는 기형적인 거주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군 간부의 비율도 2006년 9월 현재 부사관급 이상 여성 간부는 4200여명으로, 전체 간부의 2.6%에 불과하다. 영국 8.1%, 프랑스 8.5%, 독일 4.1%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국방부는 오는 2020년까지 여군 장교와 부사관을 각각 7%, 5%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여군이 또 어떤 '역사'를 기록해나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 여군 관련 주요 일지
1950년 9월
1953년 8월
1959년
1984년 5월
1988년 1월
1989년
1993년 12월
2001~2002년
2002년 1월
2002년 10월
2002년 11월
2007년 5월 여자의용군 교육대로 창설(1기 491명 수료)
여군간부후보생 1기 13명 임관
육본 인사참모부 여군처 설치
중사 이상 결혼 허용
기혼 여군 출산 허용
여군병과 폐지, 보병 등 7개 병과로 전환
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 보직(15명)
공사·육사·해사 여군장교 최초 임관
최초의 여성 장성 탄생
육군여군학교 해체,
3사관학교와 부사관학교로 양성통합교육
국방부 여군발전단 창설
기혼 여성 여군 응시 허용
945호 [인터뷰] (2007-08-31)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swkjh@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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