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시더라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장편소설 혼불10권중 8권속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작가는 전라도가 고향이므로 그 쪽 억양을 살려 적었네요.
그래서 더욱 실감나는 얘기입니다.
좀 길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제가 이 긴 글을 보내는 뜻은 함파우의 황구의 거처 마련을 위해 백방 알아보든 중 문득 이글이 생각이 나며 황구의 삶에 너무 깊이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아래 글은 어려운 시절에 장손의 보신을 위한 교훈을 전하려던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한 것인 것 같습니다.
황구(보라)가 암놈이니 언젠가 짝을 만나 새끼를 낳게 되면, 그때 그리고 두배 세배를 낳으면 어찌될 것인가.
그중 보라의 신세가 다시 나올 수도 있을 것인데....
또 교미를 안 시키는 방법도 있지마는 그러려면 자연에 역행을 생각하여야 하며 개의 원초적 권리를 인간의 관점에서 박탈할 수도 없는 일......
황구와 그의 미래에 벌어질 이야기가 혼불처럼 대하소설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문학적인 상상력 과 우리가 임의로 맺은 황구와의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다 보니
혼불이야기 까지 갔습니다.
남은 일은 황구를 위한 합력이겠지마는요????
삶에서 만난 큰 속제를 대한 듯합니다.
호시탐탐 차지하고 빼앗으려는 세태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에 대한 저의 노파심을 보면 이제 정말로 욕심도 많이 잦아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배경의 남원에 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요즘 제 삶에서 가장 문학적인 감성이 잘 나타나는 시간인 듯합니다.
이런 글들과 생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이 계셔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깨구락지(옛날 얘기)
“옛날에 옛날에요, 어뜬 나무꾼이 하나 있었등게빈디요.”
말수가 적은 안서방이 그날따라 재미나게 들려 준 이야기는 생각할수록 묘한 것이었다.
가난허디 가난헌 이 나무꾼이 나무를 허로 인자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으갔대요.
젊은 총객잉가 장개간 장정잉가는 모르겄당만요. 그 소리는 없잉게로.......
하이간에 지개 뿔다구에다가 도시락을 짬매서 걸어 놓고, 땀이 나게 얼매나아 얼매나 정신없이 낭구를 하다 봉게로 배가 고푸드래요. 점심 때가 됭 거시지요.
아앗따아, 다 먹고 살자고 허는 짓인디 조께 쉬여 감시로 밥이나 먹고 해야겄다. 허고는 인자 도시락을 풀었네요.
깡보리밥이지만 그게 어트케나 달고 맛나게 뵈이능가 기앙 목젖이 떠러질라고 그러는디, 아, 한숟가락 막 뜰라는 판에, 멋 헐라고, 지 앞에 풀섶을 봤등게비요.
“어매, 너 누구냐?”
나무꾼이 저도 모르게 그만 한 소리를 했답니다.
거그 시퍼렇게 크댄헌 깨구락지 한 마리가 턱을 딱 괴고는 나무꾼을 채다보고 있능거시예요. 꼭 사람처럼..
보니께. 떼룩떼룩헌 눈구녁이 툭 불거져 갖꼬는 마치 꼭 무신 생각 있는 사람 낯바닥맹이로 간절허게.
“나 깨구락지다.”
아, 이런. 이런 변이 있능거쇼? 그거시 말을 허드란 말이여.
“머?”
잘못 들었능가 싶어서 이 나무꾼이 다시한번 고것한테 말을 시켜 봤대요. 아무러먼 세상에 깨구락지가 말을 허겄능가요 잉?
“너 밥 좀 먹을래?”
장난삼아 밥 한 숟가락 쑥 퍼 갖꼬 그놈헌테 어쩌능가 볼라고 주는 시늉을 했당만요. 머 설마 허니 깨구락지가 사람 말 알어듣고, 밥을 받어 먹겄능가, 나 마빡에 털나고 그런 소리 못 들어 봤담시로.
“나 밥 좀 먹을래.”
이? 이런 수가 있다요, 긍게.
허, 내 참, 기가 맥켜서. 야가 참말로 내 말에 대답을 헝거시다냐아, 어디 메아리가 돌아온 거이냐, 싶드랑만요.
그래서 아조 이번에는 그것 주뎅이에다 밥을 바짝 디리밀었겄지요.
아, 그랬더니 기양 낼름 받어 먹네요. 아가리 짝 벌리고.
힉, 너무나 놀라서 공중에 숟가락을 든 채로 깨구락지를 노려봤그만요. 그렁개로요잉, 이놈이 오물오물 그걸 깨물어 먹어요. 밥을. 짭짭 소리끄정 내감서. 눈구녁을 디룩대룩 험서나요. 괴악괴악. 고럴 때는 또 깨구락지 소리로 트림도 허고.
야 좀 바.
“맛 있냐?”
“맛 있다.”
그래서 또 한 숟구락을 줬어요.
“싱겁냐?”
“싱겁다.”
오오, 밥만 주고 반찬을 안 줬잉게 싱겁겄지. 아나,
건건이.
“짜냐?”
“짜다.”
건건이 먹었잉게로 자, 또 밥 한 숟가락 먹어야지? 아나, 밥.
“싱겁냐?”
“싱겁다.”
허, 거 참. 암만 생각해도 모르겄네. 이게 무신 조화속이라냐.
나무꾼은 밥 한술 떠 주고 반찬 한 번 주고, 반찬 한 번 집어 주고 밥 한술 떠 주고. 험서나 깨구락지허구 마주앉어, 상겁냐, 싱겁다, 짜냐, 짜다.를 끝도 없이 했드랍니다. 그랬더니만 어느새 도시락이 바닥이 나부렀네요잉. 어매애, 어느새 해가 넘어 갈라고 허고요.
“인자 없다.”
도시락 밑구녁을 숟구락으로 딱 딱 뚜디러 뵈이는 순간, 나무꾼은 왈칵 무선 생객이 들었어요. 소름이 기양 쫙 끼치게요.
아니 내가 시방 멋 허고 앉어서 무신 짓을 허고 있었다냐?
이게 어찌 예삿일이여? 내가 구신한테 홀렸이까?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야 부렀제? 세상에는 없는 일로 듣도 보도 못헌 짓을 내가 허고 있었이니. 아이고 안되겄다.
얼릉 달어나야제. 저거이 시방 머인지를 알고, 내가 시방 나무도 안허고, 밥도 못 먹고, 이러고 있다냐아. 그런디, 겁이 나서 빈 도시락을 허겁지겁 다시 짬매는 나무꾼을 이 깨구락지는 빤히 뚫어져라 체다보고 있는 거이여요. 눈구녁 깜박도 안허고.
걸음아, 날 살려라. 귀 떨어지면 내일 모레 와 줏어 가지. 허고는 혼비백산 머리터럭이 불불불 날어가게, 지게작대기끄장 다 내분 채로 도망을 갔드래요. 이 나무꾼이.
그런디 아 요런 요망헌 일이 있능가. 그 노무 깨구락지가 나무꾼 발뒤꽁치를 물어뜯을라고 뎀베듬서 쫓아오능거 아닝기요, 긍게.
“싱겁냐?”
“싱겁다.”
“짜냐?”
“짜다.”
저 혼자 그렇게 공기 받디끼 방정맞게 아까 헌 말을 숭내냄서나요.
이이고오. 무서라, 내가 오늘 죽을랑게비다.
진땀이 나게 달아나지만 깨구락지를 못 이겨서, 막 그 뒤꽁치를 콱 물릴라고 허느 찰나, 하, 이게 웬일이냐,
천우신조로 하늘이 도와서 저만치 웬 삼거리 동네 지와 상가집에 초상난 거이 뵈이드래요. 막 채일을 쳐 놓고 사람들이 벅적벅적 들락날락, 한쪽에서는 통곡을 허고요잉.
앗따, 되얐다.
나무꾼은 번개맹이로 꾀를 한나 냈지요. 그래 뛰어감서 뒤돌아보고 깨구락지 한테 말을 걸었당만요.
“배 고프냐?”
“배 고프다.”
“괴기 먹을래?”
“괴기 먹을래.”
“나 따러와라.”
“너 따러간다.”
그러고는 이 나무꾼은 그 초상집으로 쑥 들어가 부렀대요.
먹을 것 많고 복잡헌 집이라 깨구락지가 그만 이것저것 주워 먹던 총중에 나무꾼을 놓쳐 부렀그만이요. 나무꾼은 그 틈에 삼십육계 줄행랑, 지게고 머이고 짚신짝이고 다 벗어 내불고는, 아이고오, 어머이이, 나 죽소오, 달아났드래요.
“그래서 살았어?”
“살었지요.”
“다 했어?”
“아니요.”
“그러면 어떻게 됐는데? 잘 먹고 잘 살았대?”
그래 갖꼬요잉, 한 십년이나아 세월이 흘러갔드랑만요.
어뜨케나 그때 놀랬는지, 다시는 그 짝으로 나무 허로 갈 생각은 안 하고 염(생각)도 안 먹었는디. 하루 지나 이틀 지나 사흘이 지내고, 또 일 년 가 이년 가 삼년이 지내고 봉게로 슬뭇이 긍금헌 생객이 들드래요. 그래도 놀랜 가심이 안직은 진정이 안되야서 가 보든 안했는디, 딱 십년이나 지내고 봉게로 엥간히 안심이 되드래요.
십 년이먼 강산도 변헌디는디, 그때 그 산속은 어뜨케 변했으며, 그때 그 깨구락지 띠어 불고 온 초상집은 어뜨케 되얐으며, 그 개구락지는) 또 어뜨케 되얐는지, 후일담이라도 한번 듣고 보고 자와서 지게를 메고 인자 그 경풍(驚風을 했던 산 쪽으로 길을 잡었드래요.
호기심도 있었겄지요.
초상집 쥔을 만나 이 얘기나 조께 들어 볼라고 옛날 기억을 더듬어서 그 삼거리 초상집 언저리에 머뭇머뭇, 암만 해도 여그가 거근디이 왜 아무 집도 안 뵈이까아.그때는 깨나 번다헌 동네가 여그 있고 그 초상집은 그 중에서도 썩 갠찮게 사능 것맹이로 뵈이든디.
내가 잘못 왔능가?
그럴 리가 없을 거인디 요상허네. 똑 여그 요만큼이 맞는디.
나무꾼이 지게를 내려서 받쳐 놓고 요리조리 휘둘러 봄서 고개를 찌웃찌웃 옛날 일을 더듬어 보는디, 저만치 질가에 웬 오두막 하나가 팍삭 다 씨러지게 낡어 갖꼬는, 가까스로 지탱을 허고 있능 거시 눈에 띄어요.
앗따. 되얐다. 저 집이 가서 한번 가서 물어 보자. 싶어서 이 나무꾼이 살망살망 다가가 봉게로 몬지가 케케이 찐 오두막 툇마루에 하얀 할마니가 하나 꼬부라지게 납작 앉어 갖꼬는 머리를 싸악 싹 빗고 있드래요. 이 사램이 그 할마이를 보고는 어찌나 반가운지 얼릉 절을 몬야 했당만요. 요렇게나 나이 자신 할마잉게 옛날 일도 잘 알겄지. 제우 십년 이짝 저짝 일을 모를라디야.
“할마이, 할마이.”
“누구여?”
“지내가는 나무꾼인디요. 여그서 사신 지 오래 되얐능교?"
"오래 되얐지.“
“한 십년 더 넘었지.”
“그러면 여그 삼거리 동네가 맞지라우? 전에 한번 와 밨는디 그 때는 집들도 많고 시끌벅적허등만, 내가 잘못 찾어왔능가 허고요.”
“삼거리 동네 맞어.”
“그렇지요? 내가 맞게 왔구나. 그런디요, 여그 한 십년전에 초상난 집이 있었는디, 지와집에 식솔들도 벌쭉하고 살 만치 사능 것맹이든디, 그 집이 어떻게 되얐는 지 혹시 몰르싱기요?”
”망했어.“
“망해요? 왜요?”
하얀 할마이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안허고 머리만 싸악싸악 빗고 있었대요. 말을 않고 입을 그렇게 깍 다물어 부링게 머쓱해진 나무꾼이 무류히 있다가, 또 물었지요.
사실은 젤로 궁금헝 거이 그 깨구락지 이얘깅게요?
“혹시 저, 그 초상집이 초상 났을 때, 무신, 말허는 개구락지 한 마리 들어왔었단 말 들은 일 없으싱가요?“
“들은 일 있지.”
“본 일도 있고요?”
“본 일도 있지.”
“예에? 하이고오. 그러겨요오? 어뜨케 들으겼능가요?”
나무꾼이 반색을 험서 할마이한테 딱 달라 붙어서 물었겄지요.
“너는 어뜨케 들었간디?”
하얀 할마이가 되물었어요.
나무꾼은 그만 자기랑 같은 경험을 가진 할마이 만난 거이 하도 신기허고 반가워서, 그 옛날 십 년 전 산속에서 깨구락지 만난 이얘기부텀 싱겁냐 싱겁다 허던 것, 그리고 왈칵 무서은 생객이 들어서, 다리야 날 살려라 도망치던 것, 그리고 끝내 꾀를 내서 이 깨구락지를 그 초상집에다 띠어 불고 달아난 이예기들을, 어저께 바로 젂은 것맹이로 소상히 조랑조랑 했그만요.
“나, 그 암만 생각해도 고거이 무신 요물이지 싶등만, 할마이는 그것 만나서 어쩠소잉?”
허는디
휙~~
할마이가 몸을 일으킴서 팔짝 뛰더니
“요렇게 잡어먹었다.”
허드니만 나무꾼 목덜미를 기양 여지없이 칵, 물어뜯어 부렀대요.
꽈악.
여기서 안서방은 두 팔을 활짝 벌려 이 기채(얘기 듣는 사내 아이)를 덮을 듯이 치켜들었다.
“요놈, 내가 바로 그 요물이다. 내가 바로 그 깨구락지여, 내가 그날 너를 놓치고는 어뜨케나 분허든지 그 초상집 식구들을 다 잡어먹고. 온 동네 사람 다 잡어먹고, 이날 이때끄장 여그 앉아서 너 오기만을 지달렀다. 요놈, 너 잘 왔다. 내가 너 잡어먹기 전에는 절대로 안 죽을라고 이빨을 갈었는디 인자 내가 소원이 이뤄졌다.”
아~ 기양 순식간에 이 나무꾼 모가지에 피가 콜콸콸 쏟아징마요잉.
이런 청천에 날 베락이 어디 또 있겄어요?“
나무꾼은 인자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 부렀지요.
‘아니, 할마이, 기왕에 죽능 거 쇡이나 알고 죽읍시다. 내가 할마이 한테 무신 요렇게 죄를 졌소? 나는 그때 할마이한테 머 못헐 짓 헝 것도 없고, 했다먼 밥 주고 반찬 준 죄, 싱거웅가 짱가 말 물어 보고 말시킨 죄베끼는 없는디요.“
“그거이 죄다. 아놈아.”
그렁게로 그 나무꾼이 그것 첨 만난 그 옛날로부텀, 십 년이나 도망 댕기다가 결국 지 발로 다시 찾어 와 죽은 거이지요.
쫓아가서 베락을 맞은 거이여요.
“한 번 물어 보고 말 것을 왜 물어 밨냐. 한 번 주고 말 밥을 왜 떠 주었냐. 한 번 놀고 도망갈 껄 왜 동무해 주었냐아?”
할마이는 나무꾼을 물어뜯고 물어뜯음서 그렇게 소리 소리쳐 울었더래요. 그 울음 소리가 시방도 딛긴당만요. 거그 가먼.
꽤악, 꽤애악, 꽤악. 안서방은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 날 저녁 이기채가 청암할머니한테 이 이야기를 다시 들려 드렸을 때,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더니
“그래서 인간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라고 무겁게 말했다.
“사물은 제 각각 제 모습이 있고, 할 일이 있고, 제 몸이 있는 것이다.
사람 아닌 것하고 사람 말을 해 보려 한 것이 첫째 어리석고
이 나무꾼이 저 살아갈 궁리요, 방편인 제 나무조차 안하면서 개구리 동무를 해 준 것이 둘째 어리석고
저 먹으란 제 밥을 저는 하나도 안 먹고 개구리한테 바닥까지 다 내 준 것이 셋째 어리석다.
그것이 산에 가서 드리는 고수레라 해도 지나치고 가여운 미물에 대한 동정심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과한 것이니라.
내 것이 실한 연후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밥을 주었으면 그냥 주었지, 싱겁냐, 짜냐, 일일이 간 맞추고 비위 맞추어 물어 보고, 그 미물의 뜻을 들어주고, 한 것이 넷째 어리석음이다.
다만 헤아릴 뿐 묻지는 말아야 한다.
베풀고 냉정해야 사람들은 어려워해. 평생토록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섣부르게 베푸는 시늉하는 것은 오히려 무서운 원심(怨心)의 근원이 되기 쉬운 즉, 이런 어리석음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된다.
다섯째 어리석음은 제 잘못으로 인하여 남의 집을 망치고, 남을 죽이고, 남의 온 동내까지 쑥밭으로 망친 일이다.
헌데, 이 나무꾼의 제일 큰 어리석음은 무엇인 줄 아느냐?
한 번 벗어난 아가리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그 끈에 매달려 다시금 그 처음 아가리로 대가리를 밀고 들어간 일이니라.“
너는 이제 훗날 자라서 이 가문의 맨 윗사람이 될 터이니, 늘 자신을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작은 일에서 큰 것을 배우도록 하여라.
어릴 적 들은 청암 할머니의 음성이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듯하였다.
좋은밤되세요 김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