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가야 논란, 도민의견 무시 말고
공론화에 앞장서야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송지용 의장님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송하진지사님과 김승환교육감님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여러분!
남원시 제1선거구 출신 이정린의원입니다.

가야사복원이 국정과제로 채택된 이후 가야사 연구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고대사 연구에서 가야사 연구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에서 가야사 복원사업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동력이 실리다 보니 다소 속도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 왔습니다. 전라북도만 하더라도 남원 운봉가야를 중심으로 한 전북 동북부 지역의 가야사 연구에 대한 도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일천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현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자 학술발굴사업이 경쟁적으로 진행됐고 더 나아가서 문화관광 자원으로의 활용 방안까지 거론되는 등 성급하게 서두른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야사 학술발굴사업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이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문가야 폐기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 행정에서는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전라북도의 가야사 복원사업이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지난 4년 동안 성급하게 질주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사복원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반론을 수용하고 검토해보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입니다.
문제의 기문가야 논란은 세계유산등재신청서에 ‘기문’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데 기문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것으로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활용되어 왔으므로 세계유산등재 신청서에 이를 명기할 경우 임나일본부설을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기문은 일본서기뿐만 아니라 우리 문헌과 중국 문헌에서도 등장하고, 임나일본부설은 이미 폐기됐기 때문에 기문가야에 관한 논란과 우려는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반면, 일본서기를 관통하는 일본 중심의 시각을 고려해서 일본서기를 인용할 때는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무엇이 역사적 진실인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임나일본부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문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각 문헌자료에서 등장하는 기문이 각기 동일한 지역을 지칭하는 것인지, 기문이 현재의 남원 운봉지역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을 가리키는 것인지 등 다양한 쟁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문이 남원 운봉지역에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정치세력이었다고 확정하고 이를 세계유산등재 신청서에 명기하는 것에 대해서 도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이 일본 식민사관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의 발로이든 학술적 근거를 가진 반론이든, 공론화 과정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남원 운봉지역을 포함하는 가야고분군은 세계유산등재 절차가 진행중입니다. 올해 중으로 현장실사가 예정되어 있고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도에는 최종 등재가 확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문가야 논란을 수면 위로 부상시킬 경우 세계유산등재 신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행정의 우려는 십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유산등재 자체를 절대적인 목표로 삼은 채 다양한 주장을 배격하는 것은 공공행정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당장 기문가야 논쟁을 종식시키고 흠결 없는 완벽한 가야사를 복원해서 세계유산등재 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재차 삼차 말씀드리지만 역사적 해석에는 복수의 시각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가야사와 같이 문헌자료와 고고학적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복합적인 쟁점이 남아 있는 고대사 분야는, 완결된 형태가 아닌 진행형의 형태로 간주해서 지속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침, 전라북도는 문헌 기록 분야와 고고학 분야 교차 연구를 통한 전북가야 역사 의 재정립 본격 추진을 목적으로 올 하반기 중에 ‘전북가야 역사 재정립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기왕의 가야사 복원사업 성과를 나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목적에 맞게 기문가야 논란에 관해서도 논의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전북지역 가야사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학술연구 지원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라북도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가야사 논쟁을 학계의 전유물로만 여기지 마시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시길 촉구하면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이 정 린 의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