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363건, 최근 0 건
   

남원에 있는 요천

글쓴이 : 양경님 날짜 : 2021-01-11 (월) 10:03 조회 : 74


 요  천 (蓼川)

                 김  긴 수



 남원시내 동서를 가로질러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는 요천은 우리 남원고을과 역사와 애환을 함께하여 왔다. 장수군 소재(번암면은 옛 남원부 소속 번암방 이었음) 백운산(1278m)팔공산(1300m)에서 발원하고 그 외 백두대간 줄기 수천 갈래 계곡 물줄기가 시내를 이루고 쏘를 만들며 굽이굽이 흐르다가 합류한 후 서남쪽 끝에서 섬진강 본류와 합류한다.   요천은 오랜 세월동안 옥야백리(沃野百里)남원고을을 적셔주는 젖줄이자 신앙으로 섬기는 강(江)이 되어왔다.

  섬진강 본류가 1930년대 대형 댐을 건설하여 수량이 대폭 줄어들기 전까지 남해바다를 넘나드는 수많은 황포돛배가 성황을 이룬 가히 강(江)이라 불리어진 큰 냇물이었다. 물길을 따라서 남해바다의 소금과 생선이 섬진강 본류를 거쳐 올라왔고 조곡을 한양으로 실어 보내는 창고와 포구가 요처에 포진해 있었다.

  현재는 요천 자체만으로 봐도 대형 댐인 동암댐을 비롯한 각급 저수지가 골짜기마다 무수히 생기고 구룡폭포 상류인 정령치 계곡 물은 운봉고원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역변경 되므로 유량이 대폭 줄게 되어 요천은 그야말로 가냘픈 시내가 되고 만 안타까운 정경이다.


 우리나라 수많은 강과 하천 이름 중 꽃 이름을 따서 부른 사례는 별로 없다. 하지만 요천은 여귀꽃 ‘요(蓼)’자를 붙여 이름 지은 하천이다. 유난히 물이 맑고 돌이 깨끗하여 일급수 청정하천에만 서식한다는 은어가 많이 잡힌 요천이다. 맑은 물이 흐르고 돌들이 깨끗하고 여귀꽃 어울러진 언덕을 상상해보면 어찌 아름답다 아니 할 손가?

 그러나 이보다는 오랜 역사와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아주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 흐르는 강을 일컬어 은하(銀河) 라고 불렀다. 이들은 또한 작은 시내를 다 받아들이며 굽이굽이 흐르면서 옥야백리 남원벌 충적평야(沖積平野)를 적셔주는 요천의 맑은 물줄기를 보고 그 모양이 은하수 같다고 하여 “지상에 내려앉은 은하수”라고 생각하였다. 은하수는 우리 고유어로 “미리내” 또는 “미르내”라고 하는데 “미르”는 용(龍)을 뜻하므로 용의 시내란 뜻이 된다.

 우리 남원은 옛날 마한의 땅으로 “달궁” 이라 불리었다 하며 백제 때는 고룡(古龍) 또는 용성(龍城)이라 했다. 고룡은 “고미르” 즉 “큰 용”이란 뜻이며 현대에도 남원의 진산(鎭山)을 교룡산(蛟龍山)이라 부르고 그 동쪽에는 청룡산(靑龍山)이 버티고 있다.

 남원이라는 이름은 통일신라 때 5소경(五小京)을 설치하면서 생긴 이름이며 현대 우리나라 지명 중 가장 오래된 이름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용성이라는 이름은 조선조시대 『용성지』(龍城誌) “용성관”(龍城館)과 현재 시내 초중고교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결코 잃기 싫은 별칭(別稱)애칭(愛稱) 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여귀꽃이 곱게 피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옥야백리에 펼쳐진 모양이 은하수를 닮은 맑은 물 요천이 바로 미르내를 닮았다고 생각하여 그 냇가에 광한루(廣寒樓)가 세워지고, 그 물위로 오작교(烏鵲橋)가 가로 놓여 있게 됨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광한루에 대해서도 나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소설 『춘향전』속의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을 잉태시킨 장소로서만 너무 부각되고 본뜻은 바래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춘향전』이 담고 있는 사상의 위대성과 국문학적 가치와 시사점은 매우 숭고하고 아름답다 할 수 있고 현대에 와서도 우리 남원을 소개하고 널리 홍보하고 우리고장 산물을 판매하는 브랜드로써 많이 활용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광한루원(廣寒樓苑)을 찾을 때는 광한루원에 배치되어 있는 여러 누각과 연못, 물속에 솟아있는 삼신산(三神山)과 오작교(烏鵲橋), 그리고 담 밖으로 흐르는(현재는 비록 도로와 높은 제방이 가로막고 있지만) 요천을 떠올리며 유구한 역사와 전설의 현장으로 되새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한루는 달 속에서 항아(姮娥)가 살고 있다는 전각인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에서 따온 이름이며, 한 해에 오직 한번 견우와 직녀가 은하를 건너 상봉한다는 상상 속의 다리가 오작교다. 현실 속의 광한루는 춘향전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인 조선조 초기, 저 유명한 청백리 정승 황희에 의해서 1419년(세종원년)세워졌다. 그것도 양녕대군의 폐세자를 반대하다가 태종에 의해 귀양을 보내진 곳이 부조(父祖)의 향리인 남원 이었는데 결코 내치기 아까운 인재를 배려한 탓이었고 정작 세종이 왕위에 오르고 안정이 된 후, 한양으로 다시 불러들여 중용하고 세종조의 찬란한 황금기를 이루는 데 초석이 되었다 한다.

 한편 이 자리는 장수황씨(長水黃氏) 집안의 일재(逸齋)라고 하는 서실(書室)이 있던 곳이었고 누각을 짓고 붙인 처음 이름은 광통루(廣通樓)였으나 그 후 대학자인 정인지가 전라관찰사 시절에 광한루란 환상적인 이름으로 개칭하였다 한다. 이를테면 “미르골” 남원 땅에 저 달궁과 같은 이상향을 지상에 건설해보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염원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누원(樓苑)을 조성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광한루를 절개의 상징인 춘향을 기리는 누각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 남원은 삼한 및 삼국시대 이래 전략적 요충으로써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으며 그 확실한 증거로 시내 바로 인접한 교룡산성(蛟龍山城)이 천년이 훨씬 넘는 유적으로 남아있으며 황산대첩(荒山大捷), 정유재란 남원성 전투 등의 역사의 사적에서 보듯이 치열하게 펼쳐진 애국애족의 표본이 되는 충렬(忠烈)의 대표적 고장이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근세에 와서도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선생이 갖은 핍박을 피해서 교룡산성 안에 있는 은적암(隱寂庵)에 칩거하면서  “동학(東學)”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고 이론적 사상적 정립과 동학의 칼춤 “검결 용담검무”를 완성시킨 동학의 성지가 되었으며 이후 활발히 전개된 독립운동사에도 근간이 된 계기가 되었다.


 한편, 한양으로 이몽룡 따라서 올라간 춘향은 이젠 다시 오작교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지만, 요천(蓼川), 곧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견우와 직녀는 올해도 틀림없이 남원 땅에 내려오고 칠월칠석에 까막까치가 놓아준 사랑의 가교위에서 눈물의 재회를 하리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제는 광한루원을 거닐게 될 때는 항아가 사는 달궁을 먼저 떠올리고 견우직녀의 미리내 전설을 되새겨 봄도 좋으리라 생각되며,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상향을 우리 남원고을에 펼쳐보고자 했던 조상들의 정신과 광한루의 전설을 마음속 깊이 음미해본다.



   

총 게시물 363건, 최근 0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가을철 산불예방 양경님 11-19 2716
363  비오는 날이어도 기문 삭제를 원하는 집회는 이어져 양경님 09-02 11
362  기문가야 논란, 도민의견 무시 말고 양경님 08-31 10
361  거짓말은 끝까지 가야 터진다(남원포유 펌) 양경님 07-27 37
360  (남원포유에서 퍼옴)닭대가리는 무슨, 꿩대가리지.... 양경님 07-17 53
359  전주완산소방서,‘여름철 식중독 예방하기’ 양경님 07-07 26
358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자 양경님 04-04 130
357  (해외통신)아프리카 동인도양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우리들의 까치설날 통… 양경님 02-12 91
356  스텔스 차량, 스텔스 폭탄 입니다 양경님 01-19 79
355  남원에 있는 요천 양경님 01-11 75
354  김근호 목사님의 말씀 🤍마음의 그릇에 보화를🤍 양경님 01-07 98
353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살아가자 양경님 01-03 59
352  강용구 도의원~“홍수 났당께”, 피해호소·피해보상 촉구 양경님 08-17 54
351  헷갈리는 노면표시, 바로 알자 양경님 07-29 65
350  강용구 전라북도의원, 울타리 허물고 교육협력 체계 구축해야 양경님 07-17 68
349  회전교차로 제대로 알자 양경님 07-09 63
348  쉬는 날에도, 소방관 역활 톡톡 양경님 06-10 75
347  “생활 속 거리두기”개인방역 수칙 양경님 05-13 73
346  국민 공동 식생활 지침 양경님 04-29 104
345  이런 전화는 100% 사기네요 양경님 04-27 115
344  2020년 남원문화대학 개강연기안내 양경님 04-27 98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끝
 
Copyright ⓒ www.ygn21.co.kr. All rights reserved.     contact:
상호(법인)명: 지리산과 섬진강 세상 / 대표전화: 070-4223-4216 / 063) 625-4216 / FAX: 063) 635-4216
주소: 우)590-985 전라북도 남원시 동충동 20-17번지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박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