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매(古梅)인 산청삼매(山淸三梅)를 찾아서...
3년전 김영복(진품명품감정위원)선생님과 김재성(전. 서울신문 논설위원)님과 지인들이 山淸三梅를 찾아 간적이 있다.
흔히들 이맘때의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 춥다. 감기 기운이 있고 날씨가 춥지만 눈앞에 어른거리는 山淸三梅의 모습을 아니 볼 수 없어 智異山의 淸淨골이자 선비의 고장인 山淸으로 평소 尊敬하는 知人들과 승용차 3대에 나눠 타고 出發하였다.
山淸에는 남도의 정취와 歷史를 고스란히 간직한 古梅 세 그루가 있다. 다름 아닌 山淸三梅다. 주인공인 세 그루의 梅花 나무는 南冥梅, 政堂梅, 元正梅다. 우리는 梅花 하면 志操 와 節槪 忠節, 君子, 고결한 道學者의 상징인 雪中梅를 떠올린다.
또한 梅花는 봄의 傳令使다. 매화 香氣는 흔히 暗香으로 불린다.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다는 뜻인 것 같다. 어디에선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감지해낼 정도로 마음이 고요한 상태여야 비로소 香氣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찬바람 속에서 꽃망울이 툭 터지면 本能的으로 봄기운을 느낄 것 같다.
처음 찾아간 梅花는 三梅중에서 元正梅다. 산청군 단성면 南沙마을에 있다. 元正梅는 高麗時代 문신인 元正公 河楫(하즙/하집1303∼1380년) 선생이 심은 梅花로 알려져 있는데 수령이 670년 안팎으로 山淸三梅 중 가장 오래 됐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꼬부라진 줄기가 멋스런 元正梅는 삼 년 전에도 있었는데 凍死를 했는지 古死木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古梅가 凍死하기 밑둥치에서 나온 가지가 살아남아 탐스런 紅梅花를 피웠다.
또한 퇴락한 하씨 古宅에는 대원군이 원정공이 살던 옛집이라는 의미로 직접 쓴 '元正舊廬' 라는 당호가 걸려 있었다. 집 뒤뜰에는 원정공 후손으로 영의정을 지낸 문정공 하연(1376∼1453년)이 7세 때 심었다는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감나무의 수령은 630여 년이 되었다고 한다.
梅花나무 앞에 後孫이 세워놓은 원정공의 詠梅詩를 소개해 본다.
舍北曾栽獨樹梅 집 양지 일찍 심은 한그루 매화
臘天芳艶爲吾開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피었네.
明窓讀易焚香坐 밝은 창에 향불 피우고 글 읽으니
未有塵矣一點來 한 점 번뇌도 오는 것이 없어라
그 다음 코스는 南冥梅다.
南冥梅는 南冥曺植(1501~1572) 선생이 은거한 山淸郡 矢川면 絲里에 있다. 만년에 평생 갈고 닦은 학문과 정신을 제자들에게 전수하며 여생을 마친 곳이 산천재다. 여기서 공부한 제자들이 선생의 학덕을 계승하여 사림의 중심이 되었고,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을 일으켜 克服의 先鋒이 되었다. 梅花를 좋아했던 南冥선생이 生前에 직접 심었다고 전한다. 首領은 대략 500여년이다. 연분홍의 古梅는 아직도 화사하게 피어 고요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면 강가에 용틀임을 한 소나무 사이로 봄바람과 함께 매화꽃잎이 덕천강으로 휘날려 떠내려 갈듯 잘 어울어져 있다.
山天齋는 남명 조식 선생이 이곳에 매화를 심고 정성스럽게 보살피면서 벗 삼아 시를 읊기도 했다고 하는데 南冥집에 실려 있는 偶吟이라는 시를 음미해본다.
珠點小梅下 매화나무 붉은 꽃 아래서
高聲讀宰堯 소리 내어 요전을 읽어 보네
窓明星斗近 북두성이 빛나니 창이 밝아지고
江開水雲遙 넓은 강물에 구름만 아련히 떠도는 구나
이 날 마지막 코스다. 12시가 넘어 모두들 배고픔을 느끼는 시간이지만 들뜬기분으로 찾아갔다.政堂梅는 高麗末 이 고장 出身의 강회백(1357~1402)이 단속사에서 工夫 할 때 심었다고 한다. 山淸군 丹城면 雲리의 단속사 절터에 뿌리를 내린 政堂梅 수령은 640여 년으로 본다. 여말선초의 문신인 통정 강회백선생의 벼슬이 政堂文學 겸 대사헌에 올라 벼슬이름을 따서 政堂梅라 불린다.
4개의 줄기로 이루어진 政堂梅는 높이 8m에 둘레가 1.5m로 가지들이 휘어져 머리를 풀어헤친 女人처럼 보인다. 3개의 줄기는 枯死하고 1개의 줄기가 꽃망울을 맺었다. 정당매 앞 詩碑에는 남명 선생이 유정 사명당에게 준 詩가 기록되어 있다. 정당매의 비각은 1915년에 세운 것으로 강회백 선생의 시가 걸려 있다. 신라의 솔거가 그린 유마상이 있었다고 전하는 단속사는 큰 사찰이었으나 정유재란 때 왜적의 방화로 불탔다. 지금은 2기의 석탑만 남아 쓸쓸하기 그지없다.
또한 정당매가 자리한 탑동마을 논둑에는 수령 350년의 野梅(들매화)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행은 매화향 그윽하게 꽃잎을 띄워 이기동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몇 백 년 된 도라지술로 매화향을 음미해 보았다.
원정매는 고려 말의 문신 원정공 하즙( 河楫·1303~1380년)이 심었다고 전하는 매화다. 하즙은 이곳에서 태어나 1324년(충숙왕 11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갔다. 출사 후 폐정개혁기관인 정치도감에 배속돼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개혁을 시도하며 관리의 실정과 토지·노비 문제를 바로잡았다. 수령이 적어도 630~640년에 달한다. 원정매는 붉은 꽃을 피우는 홍매화다. 수형이 용틀임을 하듯 휘어져 있어 고고한 기품을 뽐낸다. 하지만 격조를 자랑하던 이 노목도 세월의 힘에는 어쩔 수 없는지 쇠하고 말았다.그러나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원 밑동 옆에서 돋아난 새 가지가 튼실하게 자라 올라 붉은 꽃망울을 탐스럽게 토해내고 있다.
* 양경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6-05 18:39)
